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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세 

189cm

남성

82kg

​노동자 계급

가구공

​" 아. 아뇨, 그게...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
미치 헨드리 Mitch Hendry

   큰 신장에 튼튼한 체격. 일견 물렁해 보이는 팔과 다리는 의외로 다부지다. 결이 곱지 못해 푸석푸석한 밀색의 머리칼은 항상 짧게 쳐둔다. 둥근 얼굴형에 둥그스름한 코와 눈매. 어디로 봐도 만만해 뵈는 인상이나 오른쪽 이마로부터 뺨까지 이어지는 화상 흉터, 손과 팔의 자잘한 상처들은 그가 살아온 삶이 그리 순탄치 않았음을 대변해준다. 숱 많은 눈썹과 자색의 홍채는 헨드리 가의 내력으로, 딸에게도 같은 것을 물려주었다.

[느리거나, 또는 신중하거나.]

빠른 것과는 언제나 거리가 멀었다. 동작이든 눈치든 간에, 남들보다 한번 더 생각하고 한 박자 느리게 반응하기에 대체로의 주변인들은 그를 답답하게 여기곤 한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고용인도, 생전 그의 아내와 부모님조차도 그랬다. 이들로부터 핀잔 내지는 역성을 들으면서도 그 자신은 재차 뒤통수를 긁으며 대답을 망설이고 마는 것이다. 어느 높으신 분은 그런 모양새를 두고 조심성이 있는 친구라며 칭찬을 던졌다고 하나, 먹고사는 일이 첫째 관심사인 주변인의 평가는 썩 낙천적이지 못한 편이다.

 

[겁 많은?]

'조심성 있음'이라는 완곡한 표현을 빳빳이 펼쳐서 일컫자면, 그는 겁쟁이이다. 이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두 해 동안 병든 아내와 어린 딸아이를 혼자 먹여살려야 했으니, 그의 직업에도 불구하고 몸을 사리는 일이 잦았다. 높은 곳에 오르기를 주저하고, 벼락이 치면 외출을 삼가고, 마차가 달리는 길은 피하며, 심지어 길거리에서 싸움판 따위의 소란이 벌어지면 길을 둘러가기까지. 그토록 조심성 있고 겁이 많다는 사내의 온몸에 생긴 상처니 흉터니 하는 것들은 어떤 연고에서 비롯되었는가 하니, 목재와 공구와 끓는 물과 기름 따위를 다루는 일에 한해서는 무모할 정도로 집요하다는 것이다.

   몇해 전 부모의 유산과 고향땅의 집까지 모두 처분하고 시골에서 상경한 그는 아내와 아이까지 딸린 몸이었다. 긁어모은 재산이 부족하지는 않았던지, 집을 구하고 공방을 드나들며 기술을 배우는 한동안은 수입 없이도 세 식구가 어려움 없이 살았던 모양이다. 그래도 사람의 명이란 사람이 알 수 없는 것이어서 겨울에 땔감이 부족하지도 않았건만 아내가 폐병을 앓게 되었다. 아내의 요양차 고향으로 돌아가는것이 어떻냐는 의사의 조언이 있었으나, 거기서 만큼은 고집을 부렸다. 가 봐야 아무도 없다고.

가진 돈이 없었다면 병석에 누워 2년씩이나 버틸 수 없었을테니, 그로서는 운이 좋아 아내를 떠나보낼 시간을 벌었던 셈이다. 

 

   알리샤 헨드리. 8세. 아버지를 쏙 빼닮은 딸아이는 최근 주일학교에서 배워온 글을 알음알음 아버지에게 가르치고 있다. 닮은 것은 얼굴 뿐인지, 영리하고 눈치가 빠른 알리샤는 아비의 걱정과는 다르게 어머니의 빈 자리에 빠르게 적응했다. 아버지가 없는 시간동안 아이는 아랫집의 빵가게에서 맡아주고 있다. 독실한 신자로서, 부녀는 주일 예배를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드리고 있다.

 

   직업병인지 무엇인지, 미치 헨드리는 눈으로 보는 예술품에는 상당한 관심을 보인다. 비율과 구도, 질감과 양감에 민감하여 진품과 모조품을 곧잘 구별해낸다. 현재는 런던 옥스퍼드가에 세워진 회사에 소속중이며, 대체로는 부유한 고객의 주문을 통해 고가의 원목 가구를 제작하고 있다.

(@dwipcom 님 커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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