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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172cm

남성

58kg

​노동자 계급

길거리 구두닦이

“  맡겨만 주세요. 깨끗하게 닦아드릴게요. ”
제이콥 Jacob

 빵모자, 더러운 연회색 셔츠, 멜빵에 이어진 바지. -그리고 평소에 팔에 걸치고 다니는 자켓.

 셔츠를 뺀 나머지 것들은 모두 진갈색 톤의 어둡고 헤진 옷들이었다. 제아무리 관리한들, 얼룩이 묻고 번지고 스며들어 더이상 '깨끗한' 모양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그나마도 크거나 길이가 긴 것이 맞춘 복장이 아닌 물려입은 티가 팍팍났다. 꼬질꼬질한 행색이 한 눈에 봐도 높은 계급의 사람은 아니었다.

 금발의 머리는 꽤 숱이 많은데다 곱슬거리나 방해가 되는 뒷덜미를 짧게 치고 앞머리를 대강 치워 옆으로 넘겨버렸다. 제일 방실방실 뜨는 윗머리는 모자로 항상 누르고 있으니 따로 크게 관리하진 않는 듯하다. 수염이 나지 않아 앳되어 보이는 턱선에 비해 눈은 수 세월 늙은 사람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움푹 파인 눈두덩이, 건조함에 시달려 불그스름한 눈자위, 그 밑은 다크서클이 깊게 내리앉았다. 녹빛 눈은 손님을 대할 때 외엔 피로에 반 감겨 바닥을 향하느라 반짝이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덕분에 그 색이 '녹색'임을 알기가 어려웠고, 더더욱이나 꽤 밝은 빛을 지녔단 사실도 한여름날 쨍한 태양밖에 모를 것이다. 밖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탓에 소년의 볼과 콧등은 은하수를 심어놓은 모양새처럼 주근깨로 뒤덮여있다.

 손가락 끝이나 팔뚝, 구두닦이 일을 하면서 약품이 닿고 때가 묻은 구석구석은 잘 닦으려 해도 늘 옅게 자국이 남았다. 특히나 손톱 밑 같은 경우. 소년의 손은 제법 못나게 생겼다. 굳은 살이 투박히 박힌데다 가늘고 긴 손가락이 조금 휘기도 했다. 본인은 별 생각 없는 듯 하지만, 모양이나 촉감이나, 딱히 잡아주고 싶게 생기진 않았다.

무표정

: "...."

 더 어릴 적에는 공장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말이 필요없었던 고된 일. 그 탓인지 소년은 일 외의 대인관계에서 좀체 웃음을 짓지 않는다. 말 수도 급격히 줄어들어서 제대로 듣고 있는지도 가끔 의문이어 보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 힘들어 답답함이 일기도 한다.

 

성실함

: 소년은 영업용 미소를 일찍부터 익혔다. 우직히 자리를 지키고 누구보다도 성실히 일한다. 가난한 집안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그 모습을 대견히 여기면서도 딱하다고 수근댄다.

 "구두 닦아요. 맡겨만 주세요. 깨끗하게 닦아드릴게요."

 열이 나고 아파도 힘든 티 하나 내지 않고 싹싹히 구는 모습엔 그 지위의 처절함도 느껴진다.

 

경계심

: 눈치를 보고 살아야 하는 계층과 직업이다. 높으신 분들이 아니더라도, 같은 거리의 사람들의 눈치도 잘 보아야 먹고 살 수 있을 테니까. 살기 위한 호흡법이다. 큰 이득을 취할 수 없음은 애초에 아니까, 뺏기지라도 말아야 한다. 가장이 된 소년이 택할 수밖에 없는 태도였다. '가장은 보호해주는 자이지, 보호받는 자가 아니다.' 보호는 스스로 하는 것이다. 저를 달리 누군가 믿음직스럽게 보호해줄 수 없기 때문에, 사리기 위해서 사소한 조건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받더라도 꼼꼼히, 한 번, 두 번- 적어도 서너덧 번은 확인하고 받는다. 신중하다고 보긴 강박 같기도 하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나날이 경계심이 심해지는 듯하다.

 

긍정적..? 부정적

: "괜찮을 겁니다, 나으리. 잠깐의 기우에 낙담하지 마세요." "...개뿔."

 일할 때는 긍정적인 소리도 할 줄 아는 소년인데.. 근무 때가 아니라면 매사에 부정적인 말들을 늘어놓고 산다. 왜 그렇게 사람이 다르냐고 물으면, 저도 자기가 부정적인 줄 알아서 비위 맞추려고 생각나는 말의 반댓말을 했을 뿐이라고 대답한다. 최고로 부정적인 일이 무엇인지부터 염두해둬야 현재의 삶이 좀 덜 각박해지기라도 하는 듯하다.

1- 제이콥의 나이 13. 벌써부터 소년은 가장이 되었다. 부모가 돌아가셨나? 그건 아니다. 멀쩡히 살아 있지만, 그 지긋지긋한 집안에서 살기 위해 도망쳐 나왔을 뿐이다.

 

2- 매사에 부정적이고 경계심도 뚜렷한 소년에게도 예외는 있었다. 소년은 혼자가 아니었다. 스스로를 '가장'이라고 지칭할 조촐한 가정, 여동생이 하나 있다. 8살 터울의 어린 동생. 여동생이라면 꿈벅 죽었고,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었다. 모든 일에 의욕을 보이고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모두 동생이 있기 때문이다. 바라는 것 없이 존재만으로 의지가 되고 희망이 되는 정신적 지주이다.

 

3- 일이 끝난 뒤엔 귀신같이 거리에서 사라진다고 한다. 여동생이 아프댔나. 그래서 일이 끝나고서도 그를 보기란 흔한 일이 아니었다.

 

4- AB형, 7월생.

 

5- 글을 잘 모른다. 드문드문, 아는 철자가 조금 있을 뿐. J는 잘 알아본다.

 

6- 그 나이에도 일을 오래 한 탓인지 손은 온통 굳은 살이 베겼다. 손톱 밑은 깨끗한 물에 닦아도 묵은 때가 잘 벗겨지지 않는 모양이다. 깔끔하지 못한 모양으로 닳아진 손톱이나 그 거뭇한 손만 보자면 본 나이보다 더 많은 세월을 산 느낌을 받을 것이다.

 

7- 소리에 예민하다. 소란스러움을 좋아하지 않는다.

 티를 안내려고 매우 노력하지만, 천둥처럼 큰 소리를 무서워한다. 안색이 창백해지고 손을 부르르 떨면서도 다른 핑계를 대거나 애써 '괜찮은 척'을 한다.

(진미님 커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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