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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세

180cm

남성

71kg

노동자 계급

무역회사 직원

“ 세상 사는 게 다 그런 것 아니겠어! "
키어스 크리스핀 달턴 Kierce Crispin Dalton

  사내의 짙은 쪽빛 곱슬머리는 눈 아래까지 내려왔다. 그에 비해 뒷머리는 짧고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가늘게 뜬 눈 아래 붉은 눈동자는 쉴 새 없이 굴러다니며 주변을 탐색했다. 왼쪽 이마위에서부터 눈 아래까지 기다란 흉터가 있지만 앞머리에 가려져 그다지 눈에 띄지는 않았다. 그의 호리호리한 체형에 딱 맞춰진 남색 캐시미어 코트는 무릎까지 내려왔다. 코트 아래에는 흰색 셔츠에회색 베스트를 걸치고, 와인색 애스콧타이를 매고 있었다. 딱 달라붙는 바지는 기장이 발목에서 깔끔하게 떨어졌고, 그 아래로는 반질반질한 에나멜 구두를 신고 있었다. 몸 위로 걸친 것들은 죄 고급진것들임에 분명해 보였지만 껄렁껄렁한 옷걸이까지 고급스럽게 만들어 주지는 못했다. 그의 행동은 과장되고 우악스러웠으며 언제나 이죽거리는 듯한 표정을 얼굴에 띄우고 다녔다. 

요란한, 경망스러운, 속내를 알 수 없는, 계산이 빠른, 즉흥적인

 

ㅡ남자는 송곳니를 드러내며 이죽대었다.

 

겉보기에 그는 한없이 방정맞고 실없는 사람인 듯 보였다. 그의 목소리는 가볍고 요란스러웠으며 말투는 천박하고 경박스러웠다. 특유의 비꼬는 어투로 저질스러운 농담을 던지는 것은 그의 가장 평범한모습 중 하나였다. 그는 온갖 허세를 부려대지만, 강자나 귀족들에게는 필요 이상으로도 굽실대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를 단순하고 멍청한 양아치로만 본 자들은 대게 그에게 호되게 당하고나서야 그의 가벼이 보이는 웃음 뒤에는 수많은 계략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ㅡ"...그 자식은 또라이 중에 상또라이라고."

 

그는 즉흥적인 사람이었다. 이를테면, 그는 일단 저지르고 보자-라는 타입에 가까웠다. 그것은 그가 계획적이지 않다는 것보다는 그의 계획에 즉흥적인 변수들을 추가하여 새로운 큰 그림을그리는 것에 익숙한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그의 행동은 대체로 변칙적이고 비이성적으로 보였으며, 때로는 일부러 비정상적인 행동을 서슴없이 저지르기도 했다. 

 

ㅡ"이 순진한 표정을 보고도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거야? 슬퍼라!"

 

수많은 꿍꿍이를 품고 있는 듯했지만, 그는 적어도 그의 감정에는 솔직한 인간이었다. 그는 웃음과 울음, 분노와 즐거움을 참지 않았고 그의 감정들은 솔직하게 그의 얼굴에 나타났다. 그는 거짓말도 잘하지 않는 편이었다. 일부러 사실을 에둘러 말하는 법은 있을지라도 말이다. 그는 자신이 내뱉은 말에는 일단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을 지니고 있었고, 웬만해서는 책임을 져야 할만한 말을 하지 않는식으로 그 원칙을 지켜냈다.

키어스 크리스핀은 '어두운 머리칼을 가진 아이', '곱슬 머리' 이라는 뜻이다.

 ㅡ"빌어먹을, 이렇게 직관적인 이름 또 있냐?"

그의 부모는 아마도 아이의 작명에 공을 들이는 사람들은 아니었나 보다. 그는 친분에 관계없이 이름으로 불리는 것을 선호한다. 다만 애칭인 '키스'라 불리는 건 질색하는 편이다. 

 

그의 흉터는 그가 아주 어릴 적 뒷골목의 부랑아들끼리 패싸움을 하다가 생긴 것이라고 한다. ㅡ"뭐, 왜, 뭐, 원래 뒷골목에서 살아가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거라고."

 

그는 화이트 채플의 빈민가 출신이다. 그의 부모는 무두장이였다. 그러나 가죽 공장들이 들어섬에 따라 귀족들에게 직접 납품하는 일부 장인들만이 경쟁에서 살아남았고 엉성한 실력만을 갖고 있던그의 부모는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던 가게를 팔아 넘겨야 했다. 가게를 판 이후에는 일가족 모두가ㅡ그보다도 3살은 어린 여동생을 포함해ㅡ 공장에 다녀야 했는데, 그는 공장으로 일을 나가는 대신뒷골목에서 패싸움을 하거나, 거리로 나가 소매치기를 하고 다녔다. 그가 소매치기로 벌어오는 돈이 공장에서 벌어오는 돈보다 많았기 때문에 그의 부모는 그가 무슨 짓을 벌이고 다니는 지 모두알면서도 그를 말리지 않았다. 

 

그는 15살이 되던 해에 집에서 독립하고는 길거리를 전진했다. 청소부에서부터 연극 배우, 권투 선수 등등 여러 직업을 가졌다고 한다. 그가 무역회사에 취직하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었다.

 

그가 일하는 무역회사의 가장 주요한 상품은 총기이며, 그는 회사의 중간관리자이자 최신 총기의 테스트 및 품질 관리 등을 맡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가 일을 어떤 일을 하는지는 다소불분명한데, 그에게 물으면 "나는 여러가지 다양한 일들을 하는 중요한 인력이라고!"라고 반박할 뿐이다. 사장이 오더라도 발을 책상에 올린 채로 앉아 있는 불량 직원이지만 사장과는 다소 특별한사이인지 사장도 그에게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는 항상 과일향이 나면서 톡 쏘는 스파이시한 향의 향수를 뿌리고 다녔다. 그러나 그 향은 그의 독한 담배 냄새와 섞여 오히려 텁텁한 느낌을 주었다. 

 

그는 상당한 애연가이며, 대마를 즐겨 피웠다. 하지만 아편만큼은 치를 떨며 싫어했다. 왜 그런지 묻는다면 그의 부모에서부터 극단 선배, 길거리에서 만난 창녀, 어느 몰락한 자작까지 아편으로 인생을망친 인간들의 이야기를 구구절절하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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