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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세

162cm

여성

50kg

중류 계급

무역상 앤지어(Angier) 씨의 막내딸

“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지? ”
엘리자베스 키어렌 앤지어 Elizabeth Kieren Angier

   곱슬거리는 짙은 금발은 깔끔하게 틀어올려 위에 화려한 장식이 달린 비단 모자를 얹었다. 귀 옆으로 흘러 내려오는 머리칼은 불집게로 매일 아침마다 정성스럽게 말아 가슴께 밑에서 우아하게 찰랑거린다. 실제로 머리칼을 풀면 거의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길이. 말끔하게 관리된 우아한 눈썹, 섬세하게 말려 올라간 길고 풍성한 속눈썹과 진녹색 에메랄드 빛 닮은 눈동자 그리고 깊은 눈우물 속에 박힌 크고 둥그런 아몬드형 눈매. 높고 매끈한 코, 도톰한 입술에는 립스틱을 발라 항상 생기가 돈다. 피부는 살짝 가무잡잡한 기와 옅은 주근깨가 있으나 완벽하게 분을 바르고 눈가와 볼에 붉은 연지를 칠해 겉보기에는 집티 없이 뽀얗고 발그레한 혈색을 지닌 것처럼 보인다. 작은 책표지에 완벽하게 가려지는 작은 달걀형 얼굴과 도자기 인형같은 이목구비가 어우러져 사랑스러운 아가씨 하나를 완성시킨다. 그녀는 사교장에서 모든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대단한 미인이다. 금발에 어울리는 푸른 드레스를 자주 입으나 과감한 시도를 꺼리지는 않는다. 그녀가 입는 옷은 항상 최고급품. 인도산 옥양목을 선호한다. 코르셋으로 있는 힘껏 졸라맨 허리는 과장을 조금 섞어 손이 큰 성인 남성이라면 두 손으로 감쌀 수 있을 정도로 날씬하다. 작은 발은 드레스에 가려져 드러나지 않으나 레이스 밑에는 항상 아름다운 비로드 구두가 숨어 있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지?

거울 뒤에 얼굴을 숨긴 어린 메이드가 대답했다.

바로 앨리자베스 앤지어 아씨죠!

 

     A. 탐미주의 & 쾌활한 나르시시스트

     그녀는 탐미주의자이다. 미美를 모든 가치의 우선선상에 둔다. 첫번째는 자신의 아름다움이고, 두번째는 타인의 아름다움. 다른 사람을 평가하기를 즐기며 그 기준은 신체적 아름다움과 정신적 아름다움으로 나뉜다. 정신적 아름다움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이 확고한데, 보통 사람들이 존경하는 사람들이 그 대상이다. 자신의 아름다움 또한 철저하게 관리한다. 단 자신의 아름다움은 외모와 겉치레로 한정된다. 제 말로는 외모만 꾸미기도 벅차기 때문이라고. 나르시시스트 기질이 아주 강하다. 자기애가 끈덕지며 남들에게 타박을 받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정확히는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에 가깝다. 쾌활하고 수다스러우며 사람을 끄는 수를 잘 부리는 것은 이러한 욕망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집단의 중심이 되어야 하며, 그녀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거나 사랑을 주지 않으면 쉽게 토라지고는 한다. 그녀는 모두에게 사랑받아야만 했다. 이 때문에 누군가는 자기 절제를 못 하는 어리석은 말괄량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쾌활하고 애교스러운 아가씨라고도 한다.

 

     B. 변덕적 선함

     기본적으로는 선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준이 애매모호하다. 확실한 것은, 웬만하면 그녀는 자신의 안위를 우선으로 둔다는 것이다. 변덕적 선함. 길가의 거지 소녀에게 선뜻 몇 실링을 적선하다가도 자신의 드레스를 더러운 손으로 건드리면 길길이 화를 내며 손찌검을 하는 인간. 모든 일은 자기 본위로 돌아가며 자신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람이라면 눈 하나 깜짝 안하고 내칠 수도 있다. 하지만 거기에 죄책감을 안 느끼는 것도 아닌 (오히려 꽤나 강하게 느끼는) 복잡한 타입. "내가 이러이러한 피해를 입었으니 어쩔 수 없잖아요!" 라는 말로 어물쩡 넘어가고는 한다.

 

     C. 집착적인

     그녀는 한 가지에 생각이 꽂히면 무섭도록 그 하나에 말려 들어간다. 연애도, 보석도, 사람에게도 그렇게 골몰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는 어떤 사상이거나 아이디어일 수도 있다. 원하는 것은 가져야만 하는 성질머리와 비슷하게 행동이나 아이디어 또한 생각한 것은 실행에 옳겨야만 했다. 그것이 엘리자베스 자신을 깎아먹는 선택이 될지라도 말이다. 모두가 말한다. 그녀는 참 얕아보이면서도 종잡기 힘든 여자라고.

   1. 1863년 6월 24일,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에서 출생. 아버지 로스 앤지어Roth Angier는 아시아, 특히 청나라와 거래하는 무역상이며 작위는 없으나 앤지어 가家는 웬만한 상류층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부유하다. 그녀의 부모는 둘 다 사업 문제로 광둥에 거주 중이다. 영국으로 돌아온 것은 부부의 세 자식, 헨리 앤지어, 휴고 앤지어, 엘리자베스 앤지어. 헨리는 딤스데일 여자작과 결혼했고 엘리자베스의 현 보호자인 휴고는 하원에 진출했다. 그들에게 엘리자베스는 워낙에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데다가 금이야 옥이야 키운 여동생이라 무슨 짓을 해도 오냐오냐 하며 덮어주려고 한다.

 

     2. 엘리자베스는 어린 시절을 외국을 누비며 보냈다.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태어나 7살 때까지 살았고, 7살부터 15살은 청나라의 아편 무역지 광둥에서 보냈으며 이후 영국으로 돌아왔다. 로스 앤지어의 아버지는 청나라에 가장 먼저 아편을 들여온 사람 중 하나였다. 그의 아들인 로스 앤지어도 소년 시절부터 무역에 뛰어들어 아편 샘플을 제공해 주고 무료 담뱃대를 나누어주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였고, 당연히 돈방석에 올랐으며, 그의 주머니로 흘러드는 은은 멈출 줄 몰랐다. 1850년 영국인들이 아편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은 1840년 소득의 두 배가 넘었다. 현재는 사업 노선을 틀어 영국으로 차와 도자기를 수입하고 있다. 자식들 중에서는 헨리 앤지어가 영국 유통을 관리하고, 아버지 로스 앤지어가 청에서의 유통을 관리한다. 엘리자베스가 하는 일? 없다.

 

     3. 그녀의 소비량은 어마어마하다. 웬만한 런던의 부티크는 엘리자베스 앤지어의 이름을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화려하고 그녀를 더 돋보이게 해주는 드레스일수록 그녀의 지갑은 더 쉽게 열린다. 수수하고 우아해도 모든 원단은 고급스럽게 입는다는 원칙이 있다. 또한 모든 보석은 항상 진품일 것, 모든 꽃은 항상 생화일 것. 최근 나이 때문에 피부결이 예전같지 않다며 스트레스를 받고 주름 제거에 좋다는 크림에 또 돈을 물쓰듯 하고 있다.

 

     4. 런던 사교계의 총아. 그녀가 사교계에 발을 들인 것은 15살 때로,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말재주가 좋고 교양이 탁월해 순식간에 넓은 인맥을 쌓았다. 다만 18살부터 2년 간 잠시 어떤 파티에도 나가지 않았다. 이후 펜잔스 저택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연회에서 사고 직전 귀가한 운 좋은 일화를 시작으로 사교계에 복귀해 현재는 많은 남자들로부터 구애를 받고 있다.

 

     5. 보수적이다. 여성의 미덕은 꽃처럼 꾸미고 아름다운 외모를 유지하며 남자에게 사랑받고 때가 되면 자식을 낳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여성참정권 운동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 하지만 승마나 사냥, 셈 등을 꽤 하는데, 어렸을 적에 청에서 살며 오빠들과 아버지들이 둥가둥가하며 이런저런 곳에 데리고 다녀서 그렇다고. 때문에 정숙보다는 쾌활이 어울리는 성품을 지니게 되었다.

 

     6. 유창한 중국어 사용이 가능하다. 프랑스어도 할 수 있다. 청 사람들과 별 문제 없이 부대끼며, 하도 아시아에서 오래 살아서 동시대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차별적 의식은 적다. 동양인들이 가진 째진 눈매가 별로 아름답지 않다고 평하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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