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세
178cm
여성
66.5kg



중류 계급
공학자

“ 답을 찾지 못한 질문이 있답니다. ”
디아스 트루디 오 펄테즈 Dias Trudy Och Purtes



자연적으로는 나올 수 없는 와인색 머리카락이 턱선 즈음에서 넘실거린다. 연한 회색 눈동자를 감싸고 있는 속눈썹과 더불어 깔끔하게 정돈된 눈썹은 새카만 검은색. 체모의 색상이 서로 다른 것으로 미루어 보아 머리칼을 염색했음을 알 수 있다. 본래 갈색인 피부는 햇볕에 그을린 구릿빛으로 보이며, 검붉은 고수머리와 잿빛 눈동자를 안정적으로 받쳐준다. 각진 턱을 비롯한 이목구비의 선이 진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단단한 인상. 웃을 때는 눈이 곱게 접히고 입가에 보조개가 패여 한결 부드러운 얼굴이 된다.
키가 크고 어깨가 넓다. 다부지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체격. 거기에 빼곡한 굳은살과 자잘한 흉을 가진 손은 그녀가 본래 노동자 계급이었음을 시사한다. 딱 봐도 비싸 보이는 드레스 아래로 만져지는 것이 부드러운 살이 아니라 단단한 근육이라는 점 또한 그녀의 특징 중 하나. 언제나 소매가 긴 옷을 입고 있어서 눈에 띄지는 않지만, 오른팔과 어깨를 지나 등까지 이어지는 크기의 화상 자국을 가지고 있다. 풍성한 라인의 치맛단 아래로는 평균보다 조금 더 큰 사이즈의 발에 맞춤 제작한 옥스퍼드화가 보인다. 하얀 바탕에 어두운 밤색 끈이 달린 남성용 디자인. 3cm 정도 되는 굽 덕분에 신발을 신으면 키가 180cm 이상이 된다고 한다.

다정하고 온화한 성정을 지녔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 상냥한 말을 건네는 타입. 원수를 용서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사랑까지 할 수 있을 듯한 인물이다. (우선 그녀와 원수를 질만큼 갈등의 골이 깊은 사람을 찾아야겠지만 말이다. 근데 그런 사람이 존재하기는 할까?) 타인과의 불화나 반목을 피하기 위해 이것저것 양보하다보니 평소에 손해 보는 것이 많다고 한다. 제 3자가 보기엔 한없이 답답한 성격. 여성, 게다가 유색인종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꿋꿋하게 남을 돕는 모습을 보면 성경 속 ‘선한 사마리아인’이 떠오를 정도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편견과 차별에 시달리는 이가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돕는다는 내용의 이야기와 딱 어울리지 않는가?
한없이 부드러운 소설 속 등장인물 같은데, 언행은 19세기 버전 이과 감성으로 가득하다. ‘비가 내리네요. 천사들의 눈물 같아.’라는 말에 ‘이 근처엔 공장이 많죠. 분명 거기서 나오는 잿물만큼이나 건강에 나쁠 거예요. 눈물은…… 아, 천사처럼 귀여운 아이들이 힘겨운 노동을 견디지 못하고 흘리는 눈물인가요?’라는 대답을 내놓을 정도. 고의적으로 비꼰 것이 아니다. 더없이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악의 없이’ 그저 ‘정말로 궁금하기에’ 물어봤을 뿐. 본래 냉소적인 성격이 아닌데 이러한 말투 때문에 가끔씩 차가운 사람이라는 오해를 사곤 한다.
누구에게나 예의 바른 존댓말을 사용한다. 어떤 사람에게서든 그만의 장점을 찾아내는 일에 능숙한 것은 덤. 사근사근한 말씨와 듣기 좋은 칭찬을 쏟아내는 그녀와의 첫 만남에서 나쁜 인상을 받는 사람은 드물다. 종종 이런 성격이 이과 감성과 어우러져서 상상도 못한 발언을 하는 것이 문제지만 말이다.

:: 직업 ::
공학자라고는 하지만 사실 하는 일이 거의 없다. 작업실에 틀어박힌 채 연구하면서 보내는 시간은 많은데, 단 한 번도 디아스의 이름을 가진 결과물이 발표되지 않았다는 점이 바로 그 증거. 하지만 그녀 소유의 저택이나 입고 다니는 옷가지 등을 보면 그녀가 상당한 자산가임을 알 수 있다. ‘막대한 재산이라도 상속 받았나?’와 같은 의문이 생길 정도. 소문에 의하면 런던에 있는 변호사와 자산관리사를 주기적으로 만난다고 한다.
수입원에 대한 정보가 없다뿐이지, 공학자로서의 능력은 뛰어난 편이다. 손재주도 좋아서 뭔가 망가지면 알아서 뚝딱뚝딱 고치는 능력자. 덕분에 현재 거주 중인 마을에서는 수리공쯤으로 인식되는 듯하다. 아버지의 유품인 회중시계,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오르골, 가지고 놀다 망가뜨려버린 태엽 장난감 등 아무튼 뭔가 망가지면 일단 디아스의 저택으로 가져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게다가 그녀는 수리비도 받지 않고 고쳐주니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 가족 ::
영국 크로이던 교외에서 가족 없이 혼자 살고 있다. 혼자 살기엔 다소 넓은 규모의 2층 저택에 사용인조차 두지 않았기 때문에 고요한 침묵이 내려앉을 때가 많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집안일을 처리해주는 사용인 무리가 반나절 정도 일하고 돌아간다. 모두 인근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이어서 출퇴근엔 문제가 없는 상황.) 어쩌다가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유연하게 화제를 돌리는 편. 1년에 한 달, 8월 동안에는 왼손 약지에 반지를 끼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그녀가 과거에 결혼을 했으며, 8월 즈음에 남편과 사별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디아스가 그에 대해 직접 언급하는 일은 없지만 말이다.
:: 사상 ::
유색인 여성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잘 살고 있는 만큼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녀 자신이 힘들고 어려운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노예무역 폐지로부터 수십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학대당하고 있는 아프리카계 흑인들의 인권에 각별히 주목하는 중. 영국에서 태어난 그들의 아이들이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시설에 많은 돈을 기부했다고 한다. 여성참정권 운동에도 남몰래 도움을 주고 있다던데, 증거나 목격자가 없으니 그저 소문에 불과할 따름이다.
:: 좋아하는 것 ::
한가로운 오후의 티타임, 불을 피운 벽난로에 젖은 발 말리기, 다리를 쭉 뻗고 아침잠 즐기기 등의 평화로운 일상에서 행복을 느낀다. 어려운 이웃돕기, 자선사업 계획하기처럼 타인을 돕는 행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취미. 활동의 주체가 되는 행위 외에는 아주 정교한 구조의 기계, 거대한 증기기관, 참신하게 개량된 옛날 물건, 머리가 아플 정도로 복잡한 퍼즐처럼 쉽게 볼 수 없는 희귀품을 좋아한다.
:: 싫어하는 것 ::
불안감을 느끼거나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모든 상황을 싫어한다. 그와 함께 무서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상황 역시 꺼리는 편. 싫어하는 것은 아닌데, 배를 타고 항해하는 것을 멀리한다. 때로는 배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고. 증기선에 설치되는 증기기관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면서도 정작 배 자체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 아이러니한 취향이다.
:: 그 외 ::
굉장히 독특한 이름을 가졌다. 디아스 트루디 오 펄테즈라니, 세상에 이런 이름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특이하다. 게다가 중간의 Och를 ‘오크’라고 읽지 않고 ‘오’라 발음하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고 말이다. (물론 지역마다의 발음 특색이 다르니 그럴 수도 있긴 하다.) 어지간해선 잊기 힘든 이름 덕분에 ‘그거 진짜 이름이에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그저 웃어넘길 뿐이지만.
비단처럼 매끄러운 목소리로 사투리 하나 없이 말끔한 표준어를 구사한다. 문법 역시 교과서적으로 틀에 박힌 편. 하지만 본래부터 표준어를 쓰는 사람은 아니었던 모양인지, 아주 가끔씩 스코틀랜드 사투리로 온갖 문법을 다 무시해가며 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음,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가끔씩 재미로 타로를 본다. 저택 근처에서 사는 아이들과 어울리다가 배운 모양이다. 직업이 점성술사인 건 아니니까 그녀에게서 정확도 높은 미래 예지를 기대하지는 말도록 하자. 어디까지나 대화의 흥을 돋우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