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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세

158cm

여성

37kg

​상류 계급

스완(Swan) 백작 영애

“  너희 중 죄없는 자만이
이 여자에게 돌을 던지라. ”
라리에트 루드베키아 스완 Lariet Rudbeckia Swan

   1877년,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가 러시아에서 초연됐을 적 공연을 직접 보고 돌아왔던 어느 거상의 딸은 라리에트 루드베키아 스완을 향해 말했다. 차라리 백작 영애를 그 위에 세워두기만 했어도 훨씬 나은 공연이었을텐데요. 사교계의 꽃, 열다섯의 라리에트 루드베키아 스완은 그 말에 한 떨기 어여쁜 백합 마냥 웃었다. 과연 그랬다. 당대 유행에 맞춰 곱게 땋아 말아올린 새하얀 머리카락, 호수를 닮은 푸른 눈동자, 코르셋을 한껏 조이지 않아도 얇아 부러움을 사곤 하던 허리, 가느다란 팔다리가 그리는 선은 과연 물 위를 고고하게 배회하는 백조를 닮아 있었다. 더군다나 그녀는 스완Swan 백작가의 금지옥엽, 고명딸이 아니던가. 사교계의 아름다운 오데트가 그녀임을 부정할 자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11년이 지났다.

    5년 전 사교계에서 홀연히 사라졌던 열여덟의 라리에트 루드베키아 스완과, 스물셋의 루드베키아 스완에게는 꽤 많은 차이가 존재했다. 그녀는 더 이상 머리카락을 틀어올리지 않았다. 물결치는 긴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늘어뜨린 채 웃는 낯에서 과거의 수줍음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과거에도 저랬나 싶을 정도로 위로 솟은 눈꼬리는 고양이의 그것을 닮았다. 길고 풍성한 속눈썹을 팔랑이며 샐쭉 짓는 미소는 여전히 천사 같았지만, 아마 그와 같을 터였다. 쌍커풀이 짙었고, 붉은기가 도는 입술은 윗입술보단 아랫입술이 도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 전 사교계의 꽃이라 칭송 받던 그 미모가 한물갔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라, 화려한 드레스와 장신구 따위를 걸치지 않아도 그녀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하얗고 갸름한 계란형의 얼굴 위 자리잡은 것들 중 못난 것이 하나 없었다. 

백의의 천사 | 천사처럼 웃으며 타인에게 손을 내민다. 누군가에게 베푸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고, 사근사근한 어조와 상대방을 배려하는 화법은 아무리 날 서있는 사람이라도 쉽게 그녀를 할퀼 수 없게 할만큼 다정했다.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는 건 꼭 그녀를 위한 말 같았다. 아무리 상대방이 화를 내고, 짜증을 부려도, 그 입가에 맺힌 웃음은 사라지는 법이 없었다. 난처한 듯 살짝 눈꼬리가 처질 지언정 표정을 굳히거나, 마주 화를 내는 일은 없었다.

 

영리함 | 그 순한 성미를 보면 웬만한 부탁은 거절 못하는 호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선을 긋는 데에 있어서는 의외로 단호할 줄도 알았다. 본인이 나설 자리와 나서지 않을 자리를 가리는 현명함도,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가리는 이성도 갖추고 있었다. 한 마디로, 똑똑했다. 그 머리에 남들이 아끼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게 만드는 성격이, 가녀린 외형이 어우러지면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정상에서 그녀를 끌어내릴 생각 따위 하지 못했을 정도로. 괜히 사교계의 꽃이 된 것이 아니었다.

 

끈질긴 달변가 | 남을 회유하고 설득하는 데에 능숙했다. 지나친 의견 마찰에도 불구하고 인내심 있게 상대방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난 다음에야 타협점을 찾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그녀 특유의 논리와 이성, 그리고 결코 무너지는 법이 없는 미소는 라리에트 루드베키아 스완의 최고의 무기였다. 절대 굽힐 것 같지 않았던 상대도 결국 그 끈질긴 노력에 한 발 물러나 주곤 했다. 그러면 여인은 예의 그 화사한 웃음을 입가에 걸치고, 정말 기쁘다는 양 눈매를 곱게 접어 휘곤 했다.

 

감수성 | 감수성이 풍부했다. 눈물이 많은 편은 아니었으나 남의 감정에 쉽게 공감하고 맞장구를 쳐주곤 했다. 보이지 않는 칼날을 혀 아래 감춘 사교계에서 소녀들이 그녀를 가장 좋아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상냥한 스완 백작 영애, 그녀에게라면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어요. 과찬이라며 계집은 손사레를 치곤 했지만, 그렇다 하여 재잘재잘 떠들어대는 아기새들이 입을 다무는 일은 없었다.

001 | 8월 18일생. 탄생화는 미들네임과 같은 루드베키아.

 

002 | 알리사 스완과 테오도르 스완 사이에서 태어난 3남 1녀 중 장녀. 위로는 오라비 셋을 둔, 스완 백작가의 막내이자 고명딸. 위의 오라비 셋은 전부 결혼한 상태이며, 라리에트 루드베키아 스완에게도 약혼자가 있었으나 그녀가 런던의 유명 간호학교에 입학하겠노라 선언한 직후 파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과의 사이는 나쁘지 않은 모양.

    002 - 1 | 스완(Swan) 백작가는 오래 전부터 영국 해군의 장교가 되어 나라에 헌신해온 가문으로, 테오도르 스완을 비롯한 가문의 모든 남자 구성원들 역시 해군 장교로 활동하고 있다. 머지 않아 장남인 로버트 스완에게 백작위가 계승될 예정.

    002 - 2 | 고명딸인데다가 오빠들과의 나이차가 조금 있어 사랑만 듬뿍 받으며 자랐다. 그 무뚝뚝한 백작가의 사람들이 그녀에게 온갖 진귀한 것들을 안겨주지 못해 안달이 났다는 소문이 파다할 정도였다. 

 

003 |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교계의 꽃이라 불리우며 사랑 받아온 백작가의 영애였으나, 5년 전 돌연 간호사가 되겠다고 결정하더니 플리머스의 본가를 떠나 런던의 간호학교에 입학했다. 1년의 교육 과정을 마치고 다시 플리머스로 돌아왔을 때에는, 이미 그녀가 괴짜라는 소문만이 사교계에 남아있을 뿐이었다. 스완 백작 영애도 참 특이하지요, 결혼을 마다하고 그런 곳으로 가다니요…. 라리에트 루드베키아 스완은 그저 웃었다. 수줍음 없이, 그저 맑은 낯으로. 천사처럼.

    003 - 1 | 여성에게도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기 시작하고, 전쟁에서 어느 상류층 출신 간호사가 활약함으로써 간호사의 지위가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나가는 귀족 집안의 영애였던-심지어 괜찮은 약혼자도 있었던!-라리에트의 이러한 선택은 매우 파격적이었다. 그래서였는지 그녀의 선택에 의문을 품는 자들도 꽤 있었고, 좋지 않은 소문도 돌았으나 소문을 그저 소문으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압도적이었다. 상냥하고 아름다운 라리에트에게 그런 오명을 씌우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추종자들이 몇 존재했고, 그녀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다수 있었다.

    003 - 2 | 문학, 예술, 어학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여러 가지 교육을 어렸을 적부터 받았다. 할 수 있는 외국어는 불어와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그리고 독일어까지 총 4개 국어이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플룻을 다룰 줄 알며 문학에도 조예가 깊어 다재다능한 것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003 - 3 | 그런 여인이 간호학교에 가다니, 간호사가 되다니! 대학에 간 것도 아니고!

 

004 | 플리머스에 위치한 성 바울라 병원에서 간호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백작가의 영애가 간호사로 일하는 게 흔한 일이 아닌데다가, 런던의 간호 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 간호 행정에서도 뛰어난 업무 능력을 보였기에 성 바울라 병원에 취직한지 일년만에 간호부장의 자리에 올랐다.

    004 - 1 | 성 바울라 병원에서도 그 특유의 선한 성정 탓인지 모두와 두루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귀족의 권위를 앞세워 상대를 찍어누르지도 않고, 환자라면 모두 공평하게 대하며 그들에게 헌신하는 여인을 누가 싫어할 수 있을까.

    004 - 2 | 병원이 아닌 곳에 있을 때는 모자를 벗는다. 베일 같이 뒤쪽이 길게 늘어지는 흰색의 천 모자. 그럼에도 어딘가 두고 다니긴 좀 그렇다 느끼는지 대체로 손에 들려 있다.

 

005 | 약혼자는 외교관의 아들이었는데, 라리에트 루드베키아 스완과는 한 살 차이로 그들이 여전히 약혼 관계였을 때까지만 해도 케임브리지 대학의 트리니티 칼리지에 재학 중이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외교관을 꿈꾸던 청년이었고, 현재는 다른 귀족 여인과 결혼해 잘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라리에트는 개의치 않았다. 그럴 이유도 없었다.

 

006 | 으레 다른 귀족 자제들이 그러하듯이, 영국성공회의 신도이다. 매주 주일마다 꼬박꼬박 기도를 드리는 독실한 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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