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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192cm

남성

85kg 

​노동자 계급

검은 저택의 집사

러스 Wrath
“ 성경에서 이르길,
제 육은 불완전한 숫자라고 합니다. ”

호리호리한 장신의 미남자는 장소를 막론하고 눈에 띈다.

   연한 금발을 허리께까지 늘어트렸는데, 반쯤 리본으로 동여맨 머리카락은 결이 가늘고 바람에도 늘 정돈된 것처럼 보인다. 포마드 대신 희미하게 풍기는 동백기름 냄새. 좋은 혈색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건강상의

이유는 아닌 것 같다. 증명처럼, 집사는 어떠한 일이든 완벽하게 해낸다. 빛이 서리지 않는 푸른 눈동자는

차갑고 언뜻 우울하며, 대화 상대를 멀게 응시한다. 그가 가진 유일한 무례함이다.

 

   고운 생김새와는 별개로 음울한 인상이며, 표정의 폭이 넓지 않다. 그가 미소할 때는 꼭 뒤가 있어 보인다며 수다 떨기 좋아하는 하녀들은 장난처럼 말한다. 실상은 알 수 없으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절도 있는 걸음걸이, 불필요한 동작은 최대한 줄인 몸짓. 그림으로 그린 듯한 집사는 주인의 목발과도 같은 역할이다. 

 

   옷은 화려하든, 수수하든 가장 비싼 원단을 사용하며 장신구 또한 특별히 좋은 것. 남자가 이 저택의 최고

관리인이기 때문이다.

? 남자의 발 밑에는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는다. 

실을 잣는 세 여신이 이르길, 누구도 그와 관계할 수 없었다. 

“인간은 도박하는 동물이기에, 언제나 무엇이든 더 나은 것을 추구해야 합니다.”

 

   친애하는 엘리아가 말하길. 남자가 수필집을 닫는다. 이와 같이 검은 저택의 집사는 인용하길 좋아한다.

마치 군상을 흉내 내는 연기자처럼,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감정이 결여되어있다는 느낌이다. 예의 바르고

언행에 군더더기가 없는데, 비 상식적인 완벽함이란 그 집사를 두고 하는 말이리라. 스스로를 낮추고

있음에도 묘하게 고압적이다. 

 

   손가락 안에서 굴러가는 주사위처럼 감히 종잡을 수 없는 남자. 동에 있다가도, 금세 서에서 보이는

기이함을 보여준다. 

세 개의 주사위가 장갑 낀 손가락 사이사이를 구른다. 노나, 데키마, 모르타. 시간은 지나가고, 삶은 흘러가며, 노년은 다가오고, 죽음은 피할 수 없으니 우리는 그동안 충분히 누려야 합니다. 남자의 말버릇이다. 금욕적인 태도와는 상반되는 유일한 남자의 기호는 다름 아닌 도박이다. 

 

마침내 분노라는 이름을 가진 검은 저택의 집사가 운명을 건 게임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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